수호수

매호리 상촌 느티나무

나무실록 2023. 6. 22. 07:00

북쪽에서 바라본 모습. 2023. 03. 24. 촬영.
서북서쪽에서 바라본 모습. 2023. 03. 24. 촬영.

 

야트막한 언덕 위에 아랫집을 감싸고 있는 작고 둥근 수관의 나무 하나, 전형적인 목가적인 풍경입니다.

다만, 수관의 크기에 비해 줄기가 지나치게 두꺼워 가까이 다가가 보니 황혼의 황홀경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북동쪽에서 바라본 모습. 2023. 03. 24. 촬영.
북동쪽 가까이에서 바라본 모습. 2023. 03. 24. 촬영.

 

그 황홀경의 원천은 바로 몸통은 날아가고 뿌리는 절반이 썩어 문드러졌어도 장엄함을 뽐내는 그 자태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몸통이 사라진 지 이미 수백년은 된 것인지 북쪽 끄트머리는 다 아물어 있었고, 남쪽은 절반 정도가 썩어서 탈락 중이었습니다.

로드뷰를 통해 과거 사진을 보니 10년 새 그 크기가 절반은 줄었습니다. 이제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2023. 03. 24. 촬영.
남동쪽 밑동. 살아 있는 줄기와 죽어 있는 줄기가 확연히 구분됩니다. 2023. 03. 24. 촬영.

 

당신이 살아온 그 세월은 내면 깊숙이 축적되어 있었을 터, 세상을 떠나기 전 그 시간을 모두에게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명문화된 글자도 없는 거친 수피뿐이지만, 손끝으로, 코끝으로, 눈빛으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차분히 느껴 봅니다.

아직 수련이 부족합니다. 이 나무가 살아있는 동안은 계속해서 방문해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2023. 03. 24. 촬영.
내부에서 올려다 본 모습. 2023. 03. 24.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