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트막한 언덕 위에 아랫집을 감싸고 있는 작고 둥근 수관의 나무 하나, 전형적인 목가적인 풍경입니다.
다만, 수관의 크기에 비해 줄기가 지나치게 두꺼워 가까이 다가가 보니 황혼의 황홀경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황홀경의 원천은 바로 몸통은 날아가고 뿌리는 절반이 썩어 문드러졌어도 장엄함을 뽐내는 그 자태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몸통이 사라진 지 이미 수백년은 된 것인지 북쪽 끄트머리는 다 아물어 있었고, 남쪽은 절반 정도가 썩어서 탈락 중이었습니다.
로드뷰를 통해 과거 사진을 보니 10년 새 그 크기가 절반은 줄었습니다. 이제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이 살아온 그 세월은 내면 깊숙이 축적되어 있었을 터, 세상을 떠나기 전 그 시간을 모두에게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명문화된 글자도 없는 거친 수피뿐이지만, 손끝으로, 코끝으로, 눈빛으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차분히 느껴 봅니다.
아직 수련이 부족합니다. 이 나무가 살아있는 동안은 계속해서 방문해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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