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곡동 5

반곡역 벚나무

꽃이 피는 반곡역은 언제나 이 시절에만 인산인해입니다. 나무 앞까지 들어찬 자동차들이 경관을 해하면서까지라도 한 걸음 더 가까이서 이 정취를 느끼고 싶은 열망을 보여줍니다. 맞이방은 굳게 닫혀 이제 들어갈 수조차 없으니 사람을 끌어모으는 역할은 온전히 이 벚나무 두 그루에 달려 있습니다. 구태여 노력하지 않아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러 오는 삶.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인지, 여름에 녹음을 피워내지 못하더라도 봄철 꽃만큼은 안간힘을 써서 선사해 줍니다. 애써 힘든 모습 감추고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부모님을 닮았습니다. 축 처져 흩날리는 나뭇가지와 꽃잎이 나도 모르는 새에 세월을 맞이한 어른을 보는 느낌입니다. - 나 무 정 보 - 반곡역 벚나무 ​ ​ 수종 : 벚나무류 ​ 수령 : 7..

수호수 2023.01.19

반곡동 옛 종축장 터 벚나무 숲

버드나무 나뭇잎 바람에 부서지는 소리, 모래알이 갈퀴를 가르던 소리로 귀를 간질이던 봄의 풍경입니다. 집 짓고 사는 사람 하나 없는 들판이지만, 누구라도 날 보라는 건지 노구를 일으키며 푸른 잎을 틔워냈습니다. 청청히 드리운 잎 아래로 몸을 살짝 숙이고 지나가면 오래된 철책에 둘러싸인 벚나무 6~7그루가 보입니다. 주변 풍경과 이질적이게도 나 혼자 고상하다는듯 독야청청 꽃잎을 피운 모습입니다. 그럴 만한 분들이 모여있으니 무어라 할 말 또한 없습니다. - 나 무 정 보 - 반곡동 옛 종축장 터 벚나무 숲 ​ ​ 수종 : 벚나무류 ​ 수령 : 70~100년 정도 되어 보입니다. ​ 수고 : 10~12m 정도 되어 보입니다. ​ 나무둘레 : 100~150cm 정도 되어 보입니다. ​ 소재지 : 강원도 원주시..

수호수 2023.01.12

반곡동 입춘내마을 상수리나무

경첩이 걸레짝이 되어서 매번 문이 벌컥벌컥 열려서인지 당집에 못보던 걸쇠가 생겼습니다. 이 마을의 주민들은 거의 다 떠나서 보수할 여력이 없을 텐데 이토록 관리가 되는 걸 보면, 마을 당집이 아닌 무속인이 개인적으로 활용하는 데가 맞나 봅니다. 주변에 주택가가 밀집했는데도 사람들이 의외로 불만이 별로 없나 봅니다. 운치 있고 좋으니 리모델링해서 썼으면 합니다. 문 열면 오르골처럼 노래가 나온다든가... 나무 얘기는 없네요? 원래 겨울 나무는 영화에서 서양인들 비슷하게 생겼다 느끼듯이 큰 감상이 사실 잘 안 나온답니다. 원주시 반곡동 입춘내마을 소재.

수호수 2022.03.03

반곡동 신월운정마을 느티나무

어떤 사람은 그 나무의 형체만 보고도 나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들린다고 합니다. 저는 아직 수양이 부족한 탓인지 나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주위의 풍경을 따라 감성에 젖어 나무의 목소리를 상상하는 데에 그치고 있습니다. 황혼을 바라보고 있는 신월운정의 느티나무는 마치 자신도 황혼에 접어든 것처럼 잎을 갈수록 줄이고 몸도 굽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혹시 사진만으로도 이 나무가 어떤 말을 하는지 들리는 사람이 있을까요? 원주시 반곡동 신월운정 소재.

수호수 2021.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