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업면 3

대안리 방석소나무

가로수 밑을 걷다 보면 양 옆에서 두 나무가 우산처럼 포근히 덮어줄 때가 있습니다. 보호받는 느낌을 좋아하는 저에겐 그 우산 아래의 공간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그늘입니다. 이 나무에게도 그런 그늘이 있습니다. 한 쪽 가지는 잃어버렸지만 수명이든 크기든 자신의 십분의 일도 못 미치는 작디 사소한 생명 하나 감싸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해 줄 수 있는 건 없고, 살천스런 바람에 비늘이나 날리지 말라며 두어 번 꾹 꾹 눌러 줍니다.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 소재.

보호수 2021.12.09

대안리 중해삼터마을 느티나무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무서운 나무의 전형처럼 생겼습니다. 굵기에 비해 기형적으로 솟아 있는 혹에, 이리저리 난잡하게 뻗친 가지가 스산함을 더합니다. 뜬금없이 남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공인중개사 건물이 없었더라면 나무 앞에만 서 있어도 혼자라는 생각에 두려워져 어질어질했을 것입니다. 주변이 많이 어지럽던데, 개인적으로 예초기를 들고 가서 모조리 몰아 쓸어버리면, 욕먹으려나요?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 중해삼터 소재.

수호수 2021.11.18

매지리 한촌 느티나무

아픔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사나이다. 뭐 이런 말을 하기도 하던데 요즘 시대에는 꽤나 통하지 않는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400년이 넘은 나무는 과거의 정신을 아직 철저히 지키는 모양입니다. 안쪽으로 누렇게 말라가는 잎을 바깥쪽의 싱싱한 잎으로 가리어 자신은 아직 건재함을 뽐내고 있습니다. 나이에 비해 굵은 몸통도 그렇고, 상당히 마초적인 기질을 가진 나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대학가의 양기를 먹고 살아서 그런 걸까요?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한촌 소재.

보호수 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