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저면 7

산현리 칠봉 느티나무

상전벽해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산자락에 은거하며 살던 두 나무가 자신의 온 모습을 다 드러내었습니다. 동쪽에 있는 나무는 예전에도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나무의 수형인데, 주변을 정리하니 그 자태가 더욱 아름답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주변을 너무 파해쳐 놓아 생육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숲속에서 거칠게 살아온 나무여서인지 아니면 기분 탓인건지 그 질감이 보통의 보호수와는 이질적입니다.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라기보다는 정말 숲 속에 있는 자연 발생한 오래된 나무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서원이 훼철되기 전에 심은 나무인 것은 분명한데, 정말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완연한 야생의 보호수 같습니다. 동쪽 나무... 지난 달 호우에 아래쪽 가지가 날아가버렸습니다. 영영 계속 ..

보호수 2023.07.20

무장리 장포마을 시무나무 숲

호저면 무장리에는 간무곡, 고려대, 장포, 살미의 네 개의 마을이 있는데, 살미를 제하고는 모두 마을마다 자랑스러운 나무들이 있습니다. 그중 장포에는 이젠 그 자취를 감춰 찾기 힘든 마을숲이 시무나무를 위주로 복원된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본래 있던 나무는 돌로 터돋움을 해서 위엄을 더하고, 다른 나무들은 이식한 모양입니다 종중에서 무상으로 전통 유지를 위해 사용하게 하는 땅이라니 참 값진 곳입니다. 마을숲 북쪽에 있는 소매점 주인께서는, 본디 이 땅을 비롯해 강변을 따라서 수 배에 달하는 규모로 시무나무가 있었으나, 섬강 둑을 세 차례에 걸쳐 높이면서 대부분의 나무들이 사라졌다며 소회를 푸셨습니다. 남아 있는 옛 것의 흔적도 없애는 마당에 사라진 옛 것의 모습을 복원해 준 경주이씨 영장공 종중에게 감사..

수호수 2023.06.29

대덕리 노월마을 느티나무

대보름 날 노월마을은 두 그루의 큰 느티나무 아래에서 서로의 결속을 다집니다. 마을 사람들 덕분에 천년나무임을 자처하는 이 나무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빽빽함이 여름을 방불케 합니다. 곧 피어날 생명의 기운을 함뿍 느끼면서 마을 사람들이 신성히 여기는 이 공간에 감히 발을 들입니다. 자손만대 수복강녕이라 쓰여진 제단이 마을 제사에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제사는 이미 끝이 났는지 때를 맞추지 못한 주민 몇몇 분이 개별적으로 돈을 꽂고 재배합니다. 윷놀이와 윷판도 이미 한창때는 지났는지 그냥 바닥에 나뒹굴고 있습니다. 제를 지내는 곳의 반대쪽에는 마을 회관 앞에서 바베큐 파티가 한창이었습니다. 연희에 남성들밖에 없길래 그 이유를 물어보니 동네가 워낙 보수적이라 여성은 밖에 나오지 않고 회관에 있다 합니..

보호수 2023.06.15

무장리 간무곡 느티나무

예전엔 골짜기에 물이 많았는지 무곡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동네에 걸출한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숲길의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그 앞의 정자는 초소인가요? 거미줄로 어지러이 덮여 있어 사람이 없구나.. 하는 순간 숲길에서 트럭이 나옵니다.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인 겁니다. 굵기며 남쪽 줄기에 달린 커다란 혹하며 보호수 깜냥은 충분히 되는 나무입니다. 남서쪽으로 큰 줄기가 하나 부러져 있는데 이것마저 있었으면 그 자태는 가히 원주에서 10순위 안에는 들었을 겝니다.

수호수 2023.06.08

호저초등학교 플라타너스

이 글을 쓰면서 과거의 사진들과 비교해 보니, 끊임없이 가지치기를 당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두산백과의 과거사진이나 당장 4년 전에 제가 찍은 사진만 보더라도 아랫가지가 끊임없이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수양버들처럼 길게 늘어뜨리는 가지를 보지 못하고 자기를 괴롭히는 인간을 피해 하늘로 치솟고만 있습니다. 관리상에 어떤 불편함이 있어서 계속해서 가지를 자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내버려둬도 괜찮지 않을지...? 나무를 옥죄는 벤치까지 설치했으니 하나쯤은 내버려 둬 주기를 빕니다.

수호수 2023.06.01

무장리 고려대마을 느티나무

이 마을이 처음 들어설 때 고려대가 지금처럼 쓰일 단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마치 나무 주변을 콘크리트로 뒤덮어 놓더라도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의 실수처럼 말입니다. 날이 흐림에도 불구하고 선명한 초록을 뽐내고 있는 젊은 나무이지만 오히려 뒤에 짙게 깔린 구름이 나무의 명이 머지않았나 싶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너무 재수가 없었나요? 젊은 나무니까 천년은 더 살 것입니다. 원주시 호저면 무장리 고려대 소재.

수호수 2021.08.26

산현리 미재마을 느티나무

함께일 때, 강한 나무인 산현리의 느티나무입니다. 이곳 외에도 매호리, 칠봉에 있는 호저의 느티나무들은 서로 짝을 지어서 신록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살아 갑니다. 나무 옆으로는 사람들이 함께 밭을 일구고 있었습니다. 함부로 사진을 찍을 순 없어서 사람과 나무를 함께 담진 않았지만, 두 종이 함께 있는 모습이 제법 장관이었던 하루였습니다.

보호수 2021.08.19